몸을 무료체험할 수 있는 기간은 20대까지라고 했던가?
야근과 주말출근을 밥먹듯이 해도 주말에 잘 쉬면 괜찮다고 호언하던 20대를 지나
또다시 야근과 주말출근을 밥먹듯이 하며 나를 돌보지 않던 2014년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술은 매일 찢어지는 현상인 구순염을 달고 살았고
그놈의 비타민D와 마그네슘 부족은 매번 부족해서 눈밑이 떨리고
야식과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 때문이라 생각할 정도로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다.
생리양은 고통스럽도록 많았고 변비는 심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증세는 알고보니 자궁근종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심했던 인간에게 부정출혈이라는 강력한 사인을 보냈다.
이건 병원에 당장 가봐야 하는 거구나.
동네 작은 산부인과를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임신 3개월 사이즈의 커다란 혹이 있다고
당장 큰 병원 가보라 해서 고대안암병원에 가게 된다.
당시 고대 앞에 살았기 때문에 7월쯤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데뷔를 했는데
수술은 10월로 잡히게 되었다. 혹 사이즈가 15cm였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하자고 결론이 났다.
호르몬 치료는 폐경기 와 같은 증상이라 했었는데
열이 많이 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부작용이 있었다.
3개월의 호르몬치료를 통해 줄인 사이즈는 12cm
12cm의 자궁근종은 너무나 컸고 몸에 큰 부담을 주었다.
수술시간은 4시간이나 걸렸는데 워낙 혹이 커서 자궁을 최대한 살리느라 노력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혹이 커서 개복부위와 도려낸 면적이 크다 보니 몸이 회복되질 않았다.
입원기간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장유착방지 및 가스 빼기에 힘써야 하는데
복부가 너무나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퇴원후에는 일주일도 쉬지 못하고 회사로 복귀하느라 회복을 제대로 못했다.
이 여파는 상당히 오래가서 몸의 붓기도 오래가고 유착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유착을 어떻게 알았냐면 재발해서 알았음 ㅠㅠ)
자궁근종의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강력해서 제주로의 이주를 2년 정도 당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치열한 매출압박을 받으며 일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야근과 주말출근은 뗄 수 없었는데
나에겐 충분한 휴식과 건강한 음식, 죽도록 열심히 하는 운동을 처방했어야 했다.
죽도록 열심히 하는 운동은 사실 나중에 알았다. 진작했으면 유착 안되었을 텐데
그럼 제주도에 와서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여러 질병을 갖고 살아간다.
나는 내 몸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돌봤어야 하며
내 질병에 대해 공부를 했어야 했다.
이미 생긴 병들을 단숨에 없앨 순 없으니
관리를 하며 살아야 하는 게 나의 숙제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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