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1회
유방암제거와 난소제거 협진 수술 받은 썰.
2021년은 내 인생에서 기억이 많이 날 것 같은 한해
여름내내 병원 다니느라 제주-서울을 여러 번 오갔고
40일 사이에 전신 마취하는 수술을 두 번 받았다.
전신마취 1회에 산부인과와 부인종양외과의 두 개 수술
굉장히 효율 높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다닌 결과
유관 유두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일 확률은 15% 이내인데 조직검사 결과 암은 아닌 걸로 나오니
당장 불편한게 아니면 9월에 진료 보고 결정하는게 계획이었는데
피의 양이 늘어 잠옷이며 이불등에 묻어나고 생활이 불편해졌다.
6월에 날짜를 잡고 7월 1에 대망의 수술을 받았다.
자궁근종 거대 개복수술을 받은 경험에 비해
유륜을 따라 칼자국을 내서 혹을 제거한 절개술은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수술부위에서 통증이 올라오긴 했지만 괜찮았다.
퇴원 당일에 동네친구도 만나 수다를 떨 정도의 컨디션
수술 후 경과를 보러 갔는데 글쎄 조직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0기암입니다. 제자리암 DCIS"
추가 검사하고 산정특례 등록이 될 것이고
암보험 가입되어있으면 몇백만 원 나올 거예요.
이때 잘못 들어서 연기암 이 머지? 이랬는데
DCIS로 실체를 알게 된다.
상피내암이라고도 불리는 0기암은 암세포가 유관이나
소엽의 기저막을
침범하지 않아서 상피 내에 국한된 경우를 말한다.
유관 상피내암 (DCIS)과 소엽 상피내암 (LCIS)이 있다.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유방암에 포함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암 일확률은 15% 미만 이랬는데
그 15% 안에 들었다고요?
조직검사 결과는 별일 없을 거라 당연히 생각하고
바로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정신이 멍해졌다.
산정특례대상으로 등록되어 병원비 부담은 적고
완치할 수 있다지만 암에 걸렸다.
남편에게 전화로 알리니 탄식했고 엄마는 말이 없어졌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울먹이지 않고 싶었는데 살짝 울먹인 것 같다.
자궁근종 수술 전에도 눈물을 흘렸던 울보였지 참.
암환자가 되다 보니 전이는 없는지 추가 검사가 이어졌다.
채혈
가슴 x-ray
심전도 검사
골밀도 검사
뼈주사
CT촬영(복부, 가슴)
MRI
7년 전부터 지켜보던 모양이 이상한 혹도
이번에 제거한 오른쪽 가슴에 있어서 그놈도 없애자고 하셨다.
약간 골치였던 왼쪽 난소의 물혹도 딱 걸리네요.
산부인과 협진을 통해 진료를 보고 난소 물혹도 같이 없애자고
유방암과 난소암을 같이 다니기 때문이란다.
그리하여 전신마취 한번에 유방외과의 물혹 제거와
산부인과의 난소물혹 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전날 입원을 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2021년 8월 어느 날 입원했고 주어진 미션은 관장
괴로운 포카리스웨트 맛의 관장약을
500ml의 물에 타서 4회 마시기, 추가로 물 1L 마시기
산부인과 수술이 더해지니 관장은 필수(굴욕적이고 암튼 그렇다)
지옥 같은 관장과 수치스러운 제모 등등을 겪고 수술대에 오름
10시 10분에 수술방에서 시간을 봤고
수술대에 잘 올라가고 기억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14시 15분에 다시 시작된 나의 기억. 그때 마취에서 깼다.
생각해보면 남편에게 참 미안하다.
전신마취 수술을 5회나 한 나를 몇 번이나 기다려야 한 건지
수술 전에 개복수술 가능성을 듣고 들어가서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 복강경 수술을 했고 훨씬 몸의 부담이 적었다.
예전엔 무통주사 버튼을 계속 눌렀는데
이번엔 한 번도 누르지 않았던 걸로 봐서도 덜 아팠다.
가슴 수술은 장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 식사를 바로 할 수 있지만
자궁 수술한 사람은 금식.
4인 병실이라 타인의 식사 냄새를 맡았지만 기운도 없고 입맛도 돌지 않았다.
식사는 못해도 몸을 움직여야 가스가 분출되니 수술받았어도 운동하기
레이디병동을 계속 걸어 다니며 운동을 했고 아웃풋 발생.
이제 미음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미음을 먹었으니 죽을 먹을 수 있었다.
식사 적용은 부인과 기준으로 죽을 먹습니다.
이렇게 퇴원할 때까지 죽만 먹고 퇴원했다.
사람 입맛이 간사한 게 이틀을 꼬박 굶고
미음 먹고 죽 먹으니깐 그것도 참 맛있다.
한 달 전 입원했을 땐 밥 맛없다고 욕했는데
소금도 준 미음식, 흰죽과 팥죽을 주는 센스있는 식사
두차례의 수술을 하며 소원이 있었다.
설마 암만 아니면 좋겠다.
개복수술만 안 하면 좋겠다.
수술후엔 허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
가스가 나오면 좋겠다.
죽 대신 밥을 먹고 싶다.
항암치료를 안받았으면 좋겠다.
0기암이니까 방사선치료 안해도 되겠지?
바라는 것과 다르게 암 이었지만
수술후에 하루종일 못움직이던 허리는 그다음날 움직일 수 있었고
퇴원까지 죽만 먹었고 항암치료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방사선치료30회와 항호르몬제는 5년을 먹어야 한다.
완치가 가능하다 했고,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
이정도만 해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고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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